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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 없는 흉흉한 기운이 북토(北土)를 스멀스멀 기어 다가오고 된추위가 여무는 겨울의 초입,

제국력 263년의 한(僩).

 황실은 고난 끝에 얻은 후계를 황태자의 위(位)에 올리기 위해 서릿발 사이로 책봉식을 준비한다. 궁인의 분주한 발소리가 경사스러운 소식을 달고 높디높은 궁벽을 넘어 온 제국을 내달렸다.

 

 한편 끝없는 궁핍과 재난으로 시달리던 수도, 『대서(垈栖)』. 기대도 사치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백성들은 자신의 말소리마저 먹어 치운다. 하늘을 보아도 땅을 보아도 개벽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굵게 엉긴 눈은 침묵이 되어 켜켜이 쌓이고, 시커멓게 삭은 재는 불씨를 잃고 그 밑에 묻힌다. 쇠약한 손으로 피어올린 불은 금세 사그라지고, 금을 두른 황실의 화염만이 역병과 재앙처럼 굳건하다. 서산으로 기울어 스러지는 태양이 그 빛을 발하지 못한지도 여러 해, 어느 비탄의 땅에선 다시금 악에 받친 불이 핀다.

 

 폭정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허름한 곳간에 모인다.

 추위조차 녹일 권세를 타고난 아이들은 설산에서 유희를 즐긴다.

 

 곳간에 모인 아이들은 공작 깃을 단 화살이 사슴을 잡는 소리를 듣고 요란한 폭풍이 왔다며 수군댄다. 공작의 깃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설산의 아이들은 보잘것없는 곳간이 그저 빈 터이려니 하며 산을 누빈다. 같은 하늘을 이고 있는 아이들은 서로의 존재마저 아직 알지 못한다. 분노로 벼려진 불길이 그들을 어떠한 염(炎)으로 인도하는지도 모른 채.

 저 멀리, 설원의 저 멀고 아스라한 산등성에서 불온한 염(念)을 지고 다가오는 ‘인(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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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ver Of No Return - (End Roll Version) - Red Cliff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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