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확인3.png
확인2.png
tumblr_orh7h7ephj1ve5gdao1_500.gif

​과륵가 자명

瓜勒佳 紫䳟

19|남성|179cm / 표준 | 왈패단

부드러운 | 보수적인/자기합리적 | 벽 | 폭력적인 

부드러운
"괜찮아. 자, 내 손을 잡으렴.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니?"

자칫 거칠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나긋나긋한 말투와 부드러운 태도입니다. 
자신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아껴지고있다 느끼도록 만들어주며 저 또한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합니다.


보수적인/ 자기합리적
"변화는 불필요해, 이미 잘 해내고 있잖아."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입니다, 상황마다 적절하게 반응하고자하면 끝이 없으니깐요.
또한 이는 알지못하는 다른 위험이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만으로도 버거운 아이들에게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를 멀리 내다볼 짬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것이 불필요하다 판단하였지요. 보세요, 충분히 지금까지 잘 해내오고 있지 않나요?


"내 뒤로 오렴, 지켜줄게."

거친 북풍이 불어올때면 갈대는 스러집니다, 유연한 갈대는 금세 다시 일어나 자리하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꺾여버리는 것들도 개중 섞여있지요.
아이는 자신의 갈대라면 그 어느 하나도 스러지지 않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직접 그들이 몸을 맡기고 숨길 수 있는 담벼락이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자기 사람이 곤란한 일을 겪으면 발 벗고 나서 도와주며, 성심껏 그들의 뒷받침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애시당초 굳건한 바위는 풍파에 스러지지 않는 법이니깐요. 
담장 바깥쪽의 갈대들은 어쩌냐구요? 꺾이던 짓밟히던 제 알바가 아니니 상관 없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것들은 오직 제 갈대들 뿐입니다.

폭력적인
"나도 네게 이러고 싶지 않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때때로 저를 거스르는 이들에게 필요 이상의 잔혹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폭력을 동반한 처벌은 훈육의 방법 중 하나라 여기며 그것이 마땅하다 생각해 필요하다 여기면 주저하지를 않습니다.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할 때엔 그저 말로 하여 통하지 않는다면 짐승과 다름없지 않냐며 웃어넘기고 맙니다.

과이가자명.png
과륵가 자명_한마디.png

머리카락
여러 번 불에 그을리고, 영양 부족으로 멀겋게 색이 죽은 머리카락입니다. 대부분이 새치라고 해야 할까요.
거칠게 이쪽저쪽으로 제멋대로 비져나오며 결 또한 아무 지푸라기를 뭉쳐놓은 듯 엉망이지요.
본래는 고동색인지라 그 뿌리 부근은 여전히 색이 짙지만 얼마 있지 않아 금세 물이 빠지고, 약하여 쉽게 끊어지니 머리를 기르는 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합니다.

피부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거친 피부입니다. 딱히 잡티는 보이지 않지만 여기저기 터있으며,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여있지요.
불을 오래 쬔 사람처럼 전신의 그을린 피부는 붉습니다. 손에도 곧잘 그을음을 묻히고 다니고요. 
그 외에 눈에 띄는 것은 자잘한 흉터들이군요. 하얗게 올라온 흉터들은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는 빈곤한 환경, 그가 겪은 풍파가 느껴집니다.
완전히 옷을 벗어야만 보이지만 등에는 크고 흉한 화상흉터가 남아있습니다.

이목구비
전체적으로 반듯하고 뚜렷한 인상입니다. 풍성한 숱을 갖고 있는 눈썹 아래로는 짙은 눈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깔끔하고 정리되어 있으며 그 아래로는 짐승의 것과 비슷한 금안이 구슬처럼 도륵, 구릅니다. 
그 안광은 아침이나, 새벽, 낮과같이 해가 떠있을 때보다, 어두운 밤, 모닥불 앞에서 제일 환하게 일렁입니다.
갸름하지만 각진 턱 위에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은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그 입술은 도톰한 편이며 간혹 피딱지가 맺히기도 합니다.

체형
비록 먹을 것이 풍족하지는 않으나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직접 몸을 쓰는 일이 많아 몸이 단단하고 근육이 오밀조밀 두각을 드러내며 자리를 지킵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그 신체는 보기 좋게 어깨가 벌어졌으며, 시원하게 사지가 쭉쭉 떨어져 있습니다.
마디가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역시나 마르고 민첩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묵직하고 강한 느낌입니다.

 

종교
"부처님은 살생을 미워하시지, 그러니 나같은 이의 더러운 피는 더더욱 보고싶어하시지 않을거야."

불교신자입니다. 자명은 밤낮으로 본인과 아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기도를 올립니다.
딱히 그렇다고 하여 사냥을 그만두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니깐요.

간혹  감정이 격조될 경우에 불경을 읊으며 자신을 달래곤 합니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홍마노로 엮인 염주를 세기도 하고요. 그렇죠,  홍마노로 엮은 염주라니
왈패단의 아이로써는 상당한 사치품이지만 이만큼은 절대로 아무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답니다.

무예

길고 우아한 창술보다는 조금 더 거칠고 난폭한 검 사용을 익숙해합니다, 다루는 방법은 마치 제 수족을 다루는 것 처럼 막힘이 없으며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사냥시에도 필요 이상으로 사냥감을 몰아붙이며 그 과정이 상당히 잔인하여 그와 함께 사냥을 나가는 것을 꺼리는 이가 많습니다.


교양

원한다면 어느정도의 예를 갖추어 행동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깨 너머로 보고 흉내내는 것이 필히 틀림없겠지만요. 여느 귀족 어린이 수준으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외

- 귓바퀴에는 뚫린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이전에는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잖아요.
- 두르고 있는 옷가지들은 잔뜩 낡았지요, 드물지는 않지만 가끔씩 기분이 좋아지면 제 어깨에 두른 표범 가죽을 직접 사냥한 것이라며 자랑하기도 합니다.
- 상대방을 귀여이 여겨 가볍게 원하는대로 호칭하곤 합니다.
- 단 음식을 좋아합니다. 여간 구하기 힘든 것이지만요.
- 자신의 성을 딱히 숨기지는 않지만 이름으로 불리는 쪽을 선호합니다.

- 개인보다는 집단의 이익 추구.

[시마 후] "사이가 나빠보인다고? 하하, 무슨소리니."

주변사람들이 보기에도 썩 다정한 사이는 아니지요, 걸핏하면 주먹이 오가고 험한 말이 나오니깐요. 

그렇지만 자명이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명이는 자신이 조금 일반적으로 양보해주고있을 뿐이라 느끼거든요. 

어찌 가까운 이가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것을 보고만 있겠어요? 

무력을 사용한 간섭이 있긴 하지만 전부 다 그를 위한 조치랍니다. 

보세요, 매일같이 함께 사냥을 나가는데 누가 감히 사이가 나쁘다 칭하겠어요.

 

[소라] "자, 함께 가자꾸나."

재작년쯔음이었을까요, 왈패단의 아이들과 어김없이 대서 거리를 누비던 중이었습니다.

추운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짐승이 앓는 소리는 어디서나 들려오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더군요.

평소라면 제 일이 아닌 이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터이지만, 자명이는 유독 작아보이는 소라를 가만두지 못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쓰러져있던 작은 몸뚱이를 업어들어 향하였던 곳은 왈패단이었죠. 풍족하지는 않지만 약초를 다룰 줄 아는 아이도 있고, 방을 뎁힐 장작이 있고, 먹을 곳이 있는 곳이요.

그 날로 소라는 왈패단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자명이는 자신을 잘 따라주는 소라를 진심으로 대하며 아낍니다, 갑작스러운 접촉이 있을 때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도 귀엽고, 저보다 어린 아이들을 신경쓰는 모습또한 대견하다 여기지요.

서로 의지하고 살고있는 만큼, 그 신뢰또한 어느정도 두텁답니다. 그 날 소라를 왈패단으로 데려온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니깐요.

[왕랑] "영리하고 귀여운 아이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준단다."

왕랑이는 자명이가 유독 귀여워하는 왈패단의 아이입니다,

왈패단의 사람이라면 전부 아끼고 사랑하는 반면 간혹 난폭한 성향을 띄우는 자명이지만,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함부로 손대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왕랑이는 도가 텄다고 할 수 있죠, 모나지 않게 다른 왈패단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함부로 규칙을 어그러트리지도 않습니다.

워낙 영명한 아이라 매일 아침 머리를 묶어주거나, 구멍난 옷을 기워주면 귀여운 소리를 하기도 하고, 기분도 곧잘 맞춰오지요. 예뻐해주고, 챙겨주는 재미가 쏠쏠하니 어찌 그런 아이를 소중히 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나비] "정말 걱정되는구나, 내가 계속 곁에 있어주는 수밖에 없겠네."

왈패단의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고있는 자명이에게 나비는 마치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습니다.

항상 느긋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 수 없으니깐요. '교육'되지 않는다면 곁에서 계속 곁에서 가르쳐주는 수밖에 없겠지요.

자명이는 나비가 왈패단을 나가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리라 여깁니다. 그 때문에 머리 빗는 것, 옷 단추를 꿰는 것, 따위의 것들까지 손수 매만져주지요.

겉에서 보면 상당히 우스운 그림일 것입니다. 어느 순간에는 무던하게 폭력을 가하면서, 또 어느 순간에는 절절히 아끼는 모습이 말이에요.

그렇지만 둘은 그것이 익숙하다는 듯이 행동합니다.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렸거든요.

[삭] "어쩔 수 없어, 왈패단이 자리하기 위해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왈패단의 아이들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삭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를 기뻐하며 반기기도 하겠지요. 다만 자명이는 여즉껏 그의 출신이 불분명하다며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명이가 집착하며 아끼는 단체에 면밀히 얽혀있는듯, 전혀 외부인 같은 삭은 적잖은 수상쩍은 이입니다, 그런 그가 간혹 던져주는 잡일거리는 일에 비해 벌이도 쏠쏠하구요.

자명은 그가 멋대로 다른 아이들을 쥐고 흔들게 두지 않겠다 말하며 왈패단의 그 여느 아이보다 솔선수범하여 그의 심부름을 도맡습니다. 어짜피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상 다른 아이가 휘둘리는 것 보다 제가 휘둘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 하에 그러하는 것이지만, 여즉 실제로 그가 아이들을 멋대로 다루거나 강제로 무언가를 시키는 모습을 본 적 또한 없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왈패단이 예까지 올 수 있지 못하였을테니 감사하는 마음도 내심 품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자신의 이름을 대었을 때 무언가 미심쩍은 듯 한 눈을 하긴 했지만... 뭐여, 여태껏 별 말 없이 지내왔으니 상관없는 문제겠지요.

[은] "그리 불안해 할 필요 없어, 내 곁이 가장 안전하단다?"

아이가 무엇을 껄끄러워하는지 자명이가 모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간혹 다른 아이들의 훈육을 명목으로 가끔 손을 올리는 일 때문이겠지요.

애시당초 이 전부가 그들을 위함이라 여기고 있는 자명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변명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고 있고요. 늘상 제 앞에만 서면 어색해지고 슬적 눈치를 보는 은이지만 역시 자명이는 자신과 함께 하는 왈패단의 아이라며 매우 아끼고 귀여워한답니다.

제 말을 잘 따르며 걱정을 일으키지 않는데다가 딱히 '교육' 이 필요하지 않으니깐요. 때때로 몸을 부풀리는 새처럼 허세를 부리는 모습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간혹 새벽 기도시간에 맞추어 일어나 제 옆에서 어물쩡 불경을 읊는 모습까지 어여쁘니 아끼지 않을 수가 없지요. 비록 은이가 품고있는 불안함은 애석히 여기지만, 언젠가는 결국 그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리라 생각하며 웃어 넘깁니다.

 

[삭달 고도] "가르쳐도 가르쳐도 배울 줄을 모르는구나, 그래도 괜찮아."

고도와는 첫 만남에서부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4년 전 쯤이었을까요?

길거리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였지요. 자명이는 혀가 타들어가는 고통에 거진 혼절한 아이를 가만 살펴보았습니다, 저도 옛적에 쥐를 잘못 잡아먹었다가 한창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결국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를 제 지내는 곳으로 데려왔지요.

몸부림치고, 할퀴고, 그 치료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자명이는 그 목숨줄을 억지로라도 붙여두었습니다.

처음엔 날을 세우고 경계하던 고도였지만 의지할 곳이 따로 없던 아이는 결국 자명이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자명이는 간혹 새벽기도를 올릴 참에 잠든 고도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언제쯤 아이가 제 마음을 알아주게될 지 모르겠다며 쓴 웃음을 짓지만 뭐어, 괜찮습니다. 알게 될 때 까지 자명이는 포기하지 않고 고도를 아껴줄 터이니깐요.

고도를 보자면 꼭 작고 난폭한 짐승을 보는 것 같지요, 자명이는 그런 고도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매번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띄우고는 재차, 반복하여 '교육'을 시도합니다.

[무명] "내가 어찌 너를 혼자 보낼 수 있겠니."

같이 다니는 이들의 안전은 언제나 자명이의 관심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마저도

무명이의 약초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던 날입니다. 당연히도 자명이는 그에 의문을 품고 자초지종을 물어보았구요.

이후 그 이유가 산짐승들의 약탈 때문이라는 것을 듣고는 마침 다른 아이들이 잠들었을 즈음, 새벽기도 전후로 시간이 맞으니 그의 산행에 동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누군가의 등 뒤에 함께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더군요.

자주 어울리다보면 간혹 다른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무명에게 쓴소리를 듣고는 하지만 역시나 자명이는 별 일 아니라며 웃어넘깁니다.

 

[담영] "또 옆으로 새는구나. 얌전히 따라오면 참 좋을텐데."

오랫동안 대서의 뒷골목을 누비던 자명이에게 '누구네 집 첫째가 어디로 장가갔더라', 누구네 집은 송아지가 외양간을 때려부쉈다더라' 등의 대서의 시시콜콜한 소식들은 훤하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도 별로 없었지요. 그러던 중 어느 수공예 가게에서 처음 보는 제 또래의 아이를 발견합니다. 여러번 그 앞을 지나가며 간식거리를 받기도 하였죠.

그리고 다섯번째쯤일까요? 서로의 통성명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익숙해졌을 때 자명이는 어째서 가게에는 항상 담영이뿐인지를 질문하였습니다.

아이는 여태껏 가게에서 쥐꼬리만한 보상을 받고, 초과근무를 하고있었지요.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던 자명이는 다른 아이들도 있으며, 서로 의지하며 산다는 말로 담영이를 대서로 데려왔습니다.

어디로 샐 지 모르고 쉽게 다른 이들에게 휩쓸리는 담영이를 자명이는 늘상 염려하고 있습니다. 간혹 아이를 위해 직접 손을 대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 언젠가 담영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리라 여깁니다.

 

[안화] "힘들면 조금 더 내게 의지해와도 좋아."

어김없이 꼴보기 싫은 황금빛 갑옷들을 피해 몸을 웅크리던 날이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제 아이들을 모아 함께 슬슬 움직이던 차에 황후군은 아이들에게 상당한 위협이라 느껴지었었지요.

미천한 것들을 싫어하는 그들의 눈에 띄면 곤란한 일을 겪을 터이니 옆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때, 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이런 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니, 분명 황후군의 횡포로 의한 가여운 희생자 중 한명이라 여기고 말았을 터이지만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지나간 불길 자국에 감히 눈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제 등에 있는 그와 비슷한 흉터가 갑자기 쓰리게 느껴지었지요. 문득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름을 묻자 되려 제 이름을 물어보는 당돌한 모습이 싫지는 않았기에 그 자리에서 몇마디를 더 나누었지요.

안화, 조금은 경계적이고 방어하는 아이었지만, 함께 어울려다니겠냐는 제안을 거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은 느리고, 무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하여도 감히 자명은 그녀에게 손을 대거나 말을 얹지 않습니다. 일종의 동질감이라도 느끼는 듯 하지요.

이후 그녀와는 함께 왈패단까지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간혹 그녀가 자명의 '훈육'방법을 지적해오기는 하지만 자명은 개의치 않아합니다. 그녀 역시 자명이에게는 중요하고 아껴 마지않는 그의 사람이니깐요.

 

[현] "집에 털 날리는 짐승들을 데리고 들어오면 어쩌니,"

옷가지에 붙은 하얀 털들을 털어냅니다, 아마도 고양이거나 다른 산짐승의 것이겠지요. 보지 않아도 훤합니다.

이 동물들은 현을 따르는 아이들일 것입니다. 이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살아있는 짐승은 그들 뿐이니깐요, 아니, 금하여도 억지로 그 아이를 따라 들어오는 동물들을 막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상황에 매번 신경쓸 일이 늘어나 곤란한 것은 자명이 뿐입니다. 이러한 단체생활에서 혹시라도 벼룩이라도 옮으면 곤란하거든요. 문을 열어 집안에 멋대로 들어온 것들을 내보내고는 현을 향해 한마디를 얹습니다.

재차 주의를 주었지만 그 외에는 선선하고 둥글어 신경을 긁지 않기에 섣불리 아이에게 '손'을 올리지는 않습니다. 자명이도 상당히 아이를 귀여워하고는 있지요.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사냥을 나갈 때 쯤이면 아이는 조금 머뭇거리는 듯 자명의 옷깃을 잡아끕니다. 무자비한 살생이 달갑지 않거든요.

그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명이는 늘상 왈패단의 아이들이 매번 나무 껍질만 갉아먹고 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웃어 넘깁니다.

 

[류 연] "그때 그 아이로구나, 많이 컸네."

연을 보고 모호하게 웃었습니다. 자그마한 아이가 꼭 저보다 작은 아이를 업고 정원을 서성이고 있었지요.

그 때의 아이임을 어렴풋이 연을 보고 자명이는 짐작하였습니다. 굳이 입을 열어 귀족가와 얽히며 고달퍼지고싶지는 않으니 모르는 체 하지만.

옛날에나 마주해본 적 있는 얼굴을 오랫만에 보아하니 막연하고 답답한 느낌이 꼭 그리운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지요.

[부유]

왈패단에 이름이 붙기 전의 일입니다. 대서 뒷골목에서 잔뼈가 한참 굵어지고 있을 적의 자명이가 마주한 아이는 평소에나 보이던 대서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흉흉한 상황에 거리에 늘어나는 고아들은 흔하였지만 그 어느 하나도 제 앞의 모난 돌이 되어버릴까, 아이를 데리고가 면밀히 출생을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부유라는 이름이었으며, 극단 출신이라는 점이 자명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몇차례, 더 대화를 나누어보니 명랑하고 눈치가 빠르니 곁에 두면 좋으리라 여기고 자기 패거리에 끼워넣었습니다. 이후 부유는 왈패단으로까지 함께하였으며, 감히 자신을 거스르려 들지 않으니 여즉까지 잔뜩 예뻐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 머리카락만은 아무리 매만져주어도 도통 정리되지 않지만요.

자명의 '교육' 행위에 간혹 걱정을 내비치는 아이입니다. 분명 부유 스스로는 자명의 기분을 거스르거나 실수하는 일이 적지만 다른 아이와의 상황에 끼어들어 화살을 자신으로 돌리게 만들지요. 그 마음을 기특하게 여기어 자명이도 심각한 상황까지 이끌어내지 않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교육'방식을 바꾸려 들지도 않습니다.

 

[이화 서원] "미안, 쓸데없는 일에는 얽히지 않는 주의라서."

5년 전쯤이었습니다. 사냥을 위해 나섰던 숲에서 만난 아이는 평소에나 보던 길거리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흐트러졌지만 고급품인 비단, 지쳐있어 발그레한 뺨은 여느 잘 사는 집 아이들의 흔적이었지요. 모르는 사람에겐 간섭할 예정은 없었으나 아직 어려보이는 아이를 곧 캄캄해지기 직전인 숲에 그대로 방치할수만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자명은 아이의 손을 잡고 이끌어 내려가는 산길을 탔습니다. 그리고는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에게 이름과 사는곳을 물어보았었죠.

이화, 그것은 귀족의 이름이군요. 어렸을 적 들었던 이야기를 문득 떠올려보았습니다. 이화가의 둘째가 딱 이쯤 또래가 되었을까요.

자명은 당장 아이의 손을 놓고는 저 혼자 멀리 도망가버렸습니다. 뭐어... 나아가던 그대로 내려가면 어짜피 숲을 나갈 수 있는 길이 나올 터이니 더이상 걱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전부 그가 길거리 생활을 하면서 배운 '귀족가에는 섣불리 얽히지 않는 편이 좋다. ' 교훈 덕분이었죠.    

 

 

 

[파한 백서] "서, 매번 나를 놀라게 만드는구나."

아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자명이 제 집에서 간신히 튼 발로 얼음땅을 내딛으며 달려나오던 그 날 이후에 있었던 일이죠.

당시 절박했던 자명은 이집저집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구걸하였습니다. 황량한 대서의 길거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자명은 그저 아이였을 뿐이었죠. 모두가 의심하는 눈으로 그를 거부하자 그는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자명을 유일하게 상대해주었던 이가 백서였습니다. 제 귀에 있던 장신구를 내어주자 아이는 폴짝폴짝 마냥 기뻐하며 그에게 있던 먹거리를 몽땅 내어주었지요.

그 이후 길거리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자명에게 몇번이고 그 조그만 아이는 도움을 주었습니다. 나중에 자명이 그의 새로운 삶에 익숙해졌을 즈음에는 그 아이도 종종 제 있던 곳을 빠져나와 추운 밤을 그와 체온을 맞며 보내었답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한동안 길거리에서 마주하지 못하자 자명은 염려를 담아 그 아이가 지내던 곳으로 향하였지요. 그리고 그 곳에서 본 것은 오로지 잿더미 뿐이었습니다.

그 행방은 묘연했으며 관련자는 아무도 마주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자명이는 한 사람을 보내며 그 겨울을 지내었습니다.

River Of No Return - (End Roll Version) - Red Cliff Soundtrack
00:00 / 00:00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