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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려 위

辟閭 韡

27|여성|170cm / 마름 | 후궁

권태倦怠 | 긍지矜持 | 욕망欲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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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자의 권태는 덕(悳)이 되는 법이다.]
창화 황제의 치세가 열린 이 한(僩), 벽려 가문은 드디어 천세에 한 번 내려올 듯한 기회와 부를 거머쥔다. 벽려의 네 남매가 모두 관직에서 주요직을 차지해 황실을 보좌하고, 가장 나이 어린 아이가 후궁으로 내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장래가 이미 정해진 아이의 앞날은 탄탄대로뿐이라. 양친이 그가 걸을 길을 치우고, 손윗형제가 그의 걸음마다 붉은 촉금 비단을 깔아 걷게 하니 그야말로 귀골(貴骨)이 따로 없었다. 그런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상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뿐인지라, 위는 이전보다 더 권태롭고 느른한 자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눈과 귀가 막혔다는 소리가 아님을, 그를 겪어 본 이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끝없이 드높아지는 긍지를 누가 꺾으랴?]
가문의 세가 날로 커지니 그의 긍지 역시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는다. 어느 날 말한 적 있듯, 벽려(辟閭)는 늘 그들의 기품과 그들의 함묵과 그들의 고결과 그들의 지혜로 이름를 증명해 왔다. 그러니 역시나 위는 10년 전과 별다를 것이 없다. 그는 자신의 지위가 높음을 알아 과시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자신의 세가 강함을 알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선을 넘어 사람을 부리지 않고, 그가 먼저 행동하는 것을 예측한다. 적절하게 자비를 베풀 줄 알며, 제게 등을 돌리지 않게 채찍을 휘두를 줄 안다.
태산은 그저 존재할 뿐 움직이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욕망이 사람의 형상을 하여 붉게 피었으니, 그것이 곧 韡다.]
사람의 형상으로 욕망이 빚어져 개화했다. 그는 여전히 사람, 승리, 명예, 지위, 권세를 욕망한다. 그 성취는 더 큰 욕망을, 그 성공은 더욱더 커다란 욕망으로 몸뚱이를 불렸다. 위는 여전히 더 높고 더 안정적인 무소불위를 원한다. 10년 사이 더 교활해지고 더 깊어진 눈으로 그는 여러 이들을 살핀다. 자신이 밟고 올라설 이를 찾기 위해, 자신을 위로 끌어올려 줄 이를 찾기 위해.
어떤 욕망은 온 생(生)에 큰 자욱을 남기기도 하는 법이었다.

[벽려辟閭]

- 장 왕조가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황실을 충실하게 보좌하고 있는 개국공신 보수파 문인 가문. 창화 황제의 대에서 드디어 후궁 하나를 배출한다. 그들의 위세는 점점 더 커지고, 날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 현재 가주인 '벽려 류'는 아직 정정하게 정계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위의 손위 형제인 두 언니와 두 오빠 역시 주요직에서 나랏일을 하고 있는 중. 손위 형제들의 예쁨을 받고 그대로 자란 탓인지, 챙김 받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 이전에는 황후의 수족이라는 풍문이 돌고만 있었다면, 이제는 태후의 개나 다름없다는 평이 공공연하다.

 

- 위는 가 가문 영식의 죽음으로 파혼된 후, 제3 총사와 약혼한다. 그대로 순조롭게 식이 치러지는 듯했지만, 제국력 269년에 돌연 보류되어 이번 황제의 즉위식 때 정식 입궁을 하게 되었다.

- 봉호는 붉을 단(丹), 품계는 귀비. '단 귀비'라 불린다.

 

[그 외]

- 취미는 독서와 연극 혹은 공연 관람, 특기는 서예. 자수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늘지 않는다.

- 호불호가 분명하나, 드러내질 않는다. 그저 웃거나, 담담하게 바라볼 뿐.

- 학류관 시절에는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도록 다정한 어투를 썼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종종 날카로운 내용을 내뱉기도 한다.

- 입이 짧고 먹는 것에 큰 흥미를 못 느낀다. 특히 단것은 거의 손대지 않는다.

- 소매 끝을 잘 살펴보면, 붉은 보석이 박혀 있는 장신구가 달려있다. 본래는 귀걸이로 쓸 법한 것이지만 늘 소매 끝에 달아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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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 후, "길러 낸 보람이 있군요."

비록 총사의 청 때문이었으나, 위가 그를 제 딴의 열성으로 가르친 것은 자신의 흥미를 일으킨 자였기 때문일 테다. 벽려 위는 사마 후를 2년간 벽려의 객客으로 들여 무예 스승을 붙이고 저가 직접 학문과 예절을 가르쳤고, 그는 위가 알려주는 것을 전부 집어삼켜 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탄생한 것은 환골탈태한 사내 하나라. 위는 그를 간간이 제 수족처럼 부렸으나, 이후에 크게 한번 대가를 받아낼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 전까진 그 역시 자신의 연줄 하나로 남겨 둘 심산이리라.

 

파한 백서, "이 정도는 이해해 줄 거죠?"

학류관에 이어 곳간에서, 또 곳간에서 대서로 그들의 인연은 쭉 이어졌다. 이후에도 얼굴을 봐야 할 사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위는 그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망설이지 않았다. 백서가 가주가 되자 위는 벽려의 이름값을 빌려주어 그를 세도가의 모임 자리에 꽂아 두고, 대개의 편의를 봐주며, 공연히 그와 친분이 있음을 주변에 과시해 파한 가문의 이름을 높인다. 그러나 그녀가 서 있는 자리에 진정한 아군이 있을 것이며, 진정한 적군 또한 있을 것인가. 서로의 등을 조심하라.

 

나비, "당신을 닮은 곡으로 부탁할게요."

4년 전, 기방에 출입하기 시작하면서 재회한 이. 눈에 익은 사내를 보고 기억을 되짚었으나 떠오르지 않던 것이 이불 속에서 번뜩 기억난다. 사소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그녀답게 이후에도 관계는 이어지는데, 그게 오히려 썩 달가웠다. 그게 나비를 자주 찾게 된 계기 중 하나이리라. 벽려 위는 저의 아낌을 과시하듯 궁내 악사 자리를 하나 그에게 내어 준다. 기묘하게 닿아 다시 이어지는 관계는 끊길 곳을 찾지 못한 채 계속되었다.

 

흑수각라 기린, "흑수각라와 벽려는 연리지와 같죠."

두 세도가가 공고한 친분을 쌓았으니 이제 누가 그들을 넘볼 것인가? 한 세대에 모두 후궁을 하나씩 배출한 흑수각라와 벽려가 결탁했으니, 그야말로 날아가는 새마저도 그들의 말 한마디에 죽어 떨어질 것이다. 10년간, 위는 기린과 친분을 과시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고, 태후의 눈 밖에 나지 않을 위치를 공고히하여 저의 영향력을 넓혔다. 물론 각자의 이득을 따라 다른 선택을 할 때도 있겠으나, 표면상의 친분은 입궁 뒤에도 같을 터. 둘은 서로 필수 불가결하다.

 

이화 서원, "그가 먼저 나를 찾았지요. 우습지 않나요?"

10년 전, 위는 서원에게 빚을 하나 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갚기도 전에 서원의 형 류원이 벽려가에 은밀히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제 동생을 투옥하게 해달라 하기에, 벽려는 서원을 버리고 류원을 택하여 조력한다. 그러나 류원은 실패했고, 벽려는 실패자를 가차없이 버렸다. 몇 년 뒤, 가주가 된 이화 서원이 제 두 발로 벽려가에 들어왔다. '참으로 명이 질긴 자로군.' 하고 당시의 위가 생각했다. 위의 앞에 선 서원은 제 형과 비슷하나, 다른 제안을 한다. '사설 무인 양성 기관'을 만드는 데 조력하여 위의 수족처럼 놀리게 해주겠노라고. 벽려 위는 거절할 이유가 없어, 케케묵은 옛 빚을 들먹이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

 

엽 반하, "내 위에 있을 땐 그런 말 하지 마시래도요."

사람의 관계가 어디까지 흘러갈는지는 천지신명만 알 터였다. 반하와 위의 관계가 딱 그러했다. 4년 전 홧김에 기방을 찾았더니 거기 그가 있었고, 홧김에 그를 훅 당기니 금세 딸려왔다. 문제는 당기면 당겨지는 그를 위가 밀어낼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과거의 관계는 모두 잊었다. 지나간 일로 못 할 것이 있다면, 위가 어떤 욕망을 탐할 수 있겠는가? 밤과 밤이 이어지고 온기와 온기가 맞닿아, 살을 부대끼며 지냈다. 그러나 위가 단丹의 봉호를 받고 입궁한 뒤에도 붉은 밤을 보내게 될지는 하늘님만 알 것이다.

 

현, "늘 여기에 있어 줘요."

어떤 인연은 예상치 못하게 다정한 빛을 띠고 다가온다. 곳간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뒤 5년 후, 위는 일상처럼 궁 안을 방문했다가 현을 마주친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이후, 사람을 좀처럼 믿지 않는 위에게 그는 고즈넉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그가 지은 가사를 글로 적어주고, 그에게 글을 가르치고, 이야기나 노래를 청하는 잠깐잠깐이 무척이나 따뜻하고 안온하다.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버리고 버려지는 그 중추에 서 있는 위로서는 정말 유일한 인연 중 하나일 것이다.

 

주예련, "우리는 너무 멀리 와 버렸잖아요."

대서에 돌아온 후 또 한동안은 예련과 만날 일이 없었다. 예련과 접점이 생긴 것은 4년 전, 기방을 드나들 때다. 저 노는 꼴을 못 보는 그녀가 둘러매고 집으로 데려오는 걸 잡아 술을 마시길 몇 번. 오랜만에 대화를 나눈 친우는 여전히 멀고, 또 여전히 가까워 서글프다. 이제는 돌아갈 길마저 사라진 관계. 입궁을 하기 전, 위는 예련에게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말라 일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르든, 얼마나 많은 일을 겪든, 저희가 다시 마주 웃을 날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River Of No Return - (End Roll Version) - Red Cliff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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