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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흰 님 (@nok_commission) 께서 작업해 주셨습니다. http://greenwhitecommission.tistory.com/2

어디 하나 연하지 않았으나 유독 귀가 예쁘다. 초조할 때 옆을 보는 속눈썹이 내리깔렸다. 얼굴과 목덜미의 작은 점 세 개. 조형 같은 얼굴과 길지만 끝이 뭉툭한 손가락. 소년이 청년으로 화했다. 모든 걸 팔아 살던 이가 제 것을 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남자는 제 몸 맡길 수 있는 안식처를 얻은 대신 어디에서나 흉몽을 품게 되었으므로. 진정으로 기댈 곳 하나 없으니 이를 곧 무적無迹 이라 하겠다. 사이로 흐르는 목소리가 낮고 고요하여,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감정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마저도 길게 내뱉는 적이 없었다. 끝이 울린다.

 

부드러운 연갈색 피부는 반사된 눈에 구워진 듯, 적당히 말랑하면서도 미열을 품었다. 크고 다부진 몸, 청년이 어떠한 시간을 보내었는질 알려 준다. 간극의 내내 검을 휘둘렀을까. 반듯한 선으로 패인 척추만이 식량 없던 나날을 기억하는 듯 볼썽사납다. 벌어진 어깨나 골격 좋은 다리와는 달리 허벅지 살이 여러 번 트여 허옇게 자욱 남아 시선이 끌린다. 그에 반해 몸 선이 곧고 뼈도 튼튼하다. 관리를 놓지 않은 건지, 몸을 쉬이 둘 수 없었던 건지 가늠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손이 크다. 마디가 굵고 길게만 뻗어 그닥 어여쁘지는 않다. 가득 자리한 굳은살과 흉터가 투박하나 그 위를 쓸어 주는 손길만은 섬세하다. 네모진 손톱의 결이 만질 때에만 잘게 느껴지며 청년은 유독 그리 만져지는 걸 부끄러워했다. 팔꿈치, 복사뼈 등 둥글고 담백하게 끝을 맺는 부분이 맨들하여 눈에 어린다. 무릎 뒤는 움푹 들어가 이렇듯 눈에 띠지 않는 곳이 마음에 걸려, 사람의 어딘가를 먹먹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제서야 얼굴에 시선이 끌린다.

 

짙은 흑색의 머리카락을 짧게 쳤다. 환한 빛을 받지 않으면 검게만 보여 그 깊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숱이 많고 진한 눈썹은 한 점을 잡아 삐쳤다가 내려가고, 아래로 뜨인 눈의 홀이 푹 꺼져 음영 드리운다. 그 눈을 뜨면 그제서야 금안, 타오르는 것. 길게 뻗은 눈매가 위로 오르는 듯하다, 단정하게 끝을 뭉갠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담담한 모양새다. 긴 속눈썹이 그 무정을 겨우 가렸다. 우뚝한 코의 망울도 각지지 않고, 인중을 타고 내려온 입술산도 그렇다. 다물려져 있어 내보이는 적이 드문 이는 열이 반듯하여 재미난 구석이 없었다. 색 없이 도톰한 입술의 가운데가 패인다. 턱 끝부분이 각져 단단하고, 웃을 때에도 벌어지지 않는다. 짙은 입동굴과 끝의 꼬리만 선연할 뿐이다. 다만 둥글게 드러난 귀 뒤의 끝이 얄상해, 별 뜻이 없이도 자주 물든다.

 

눈 밑, 볼, 입술 옆의 점. 그외에도 수많은 점. 양손에 깊고 끔찍한 화상이 있어 꼭 장갑을 착용한다. 불구덩이에라도 손을 집어넣은 듯, 손끝이 가장 심하며 팔뚝으로 갈수록 미미한 모양새다. 안대로 가린 쪽의 눈은 처음에 다치었다가, 나중에 뽑혀졌다. 현재 의안을 하고 다닌다.

 

염炎을 지닌 채 검 잡을 준비된 무사.

휘호 탄.

휘호 탄

輝虎 誕

본래 이름, 삭달 고도 (朔怛 叩道)

22|남성|188cm / 79kg. 체격이 크고 어깨가 벌어졌다. | 병사(일반군)

다정한|과묵한|맹목적인, 두려움을 모르는|충忠을 다하는|

자제력·참을성 강한|결단력 있음

어릴 적에 보이던 건방지고 난폭한 면모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소년은 건실하기 짝이 없는 소년으로 성장하였다. 누구에게나 겸손하며, 다정한 태도를 유지한다. 병사가 된 그는 느리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로 유명했다. 가을, 크고 버석한 나무에 기대어 쉴 수 있는 안식처. 부드러우나 밀쳐지질 않는 다정함이다. 고요하기 짝이 없으나,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침묵. 조용한 눈빛이 시선 사이를 오가면 여러 마디를 나누지 않아도 친근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손이 스칠 때마다 그 애는 웃었다. 언제나 무겁고, 느리고, 잔잔하게 뛰는 심장이 꼭 어딘가는 불타듯 뜨거웠다. 눈에 잘 구워진 피부와 빛바랜 속눈썹이 느긋하게 간질였다.

 

그렇지만, 제가 알던 이들의 종말을 맞이한 날. 지옥의 바닥을 짚고 온 손이 제 세계를 이루던 사람들을 화마로 끌고 돌아가던 그날. 청년은 저도 따라 숨이 끊긴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저만 콱 살아나버린 것인지 혼란스러워했다. 뿌옇게 뇌리를 떠돌던 생각은 한 가지, 절대로 전과 같아질 수는 없다는 것. 물이 마른 나무는 전처럼 매끄럽질 못하는 것.

자연히 그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살아남은 모든 이들이 그날과 그 시간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혔다고 여겼다. 그것은 언제든 다시 범람할 수 있었다. 과거의 상황이 여즉 시야에 남아 청년을 휘감았다. 화마를 향한 본능적인 증오와 공포, 학습된 저항이 감각으로 변환된 지 몇 년. 저는 언제쯤 손끝을 떨지 않을까.

 

밤마다 흉몽을 꾸었다. 전에 꾸었던 마냥 설산과 하늬에 대한, 온갖 것이 쏟아지는 방울 같은 꿈이 아니었다. 늪이 하나 있었고, 그 위로 사람들이 건너갔다. 얼굴만 알던 사람 몇몇이 그 길을 지났다. 이어 제가 아는 모든 이들이 뒤를 따랐다. 같이 삶을 보낸 사람들, 보석 같은 말을 나눈 사람들, 일상의 조각을 공유한, 저만의 소중한 추억……. 이어 시야가 잠긴다. 늪 안에선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른다. 끝없고, 자비 없는 늪이었다.

 

제 한을 주체하지 못하고 날뛰던 시절이 겨우 지났다. 거세게 타오르던 불 위로 찬물이라도 끼얹어진 것처럼 남자는 고요하며, 누군가 불을 쏘실 듯 살살 찔러댄다 하여도 입술을 말아내었다. 그러나 연륜 있고 남을 파헤치길 좋아하는 상대는 남자의 눈에 드러난 허연색의 분노를 목도할 테다. 밑바닥 난 자존과, 벽을 긁는 설움과, 갈 곳 없는 울화가 먼지 낀 액자 뒤에서 펄펄 끓었다. 이유도 모를 것에 서러우니 한이 이를 데 없으나, 그리 패악한 지 몇 년이 지났으니 주변을 갈무리할 때도 되었다. 제 속을 온전히 드러내는 상대는 궁인 중에서도 몇 없었다. 그런 상대 앞에 서면 남자는 희게 웃었다.

 

때로는 솔직함이 화를 부르고 일을 망친다 하여도, 남자는 저를 이루는 것들에 솔직하려 애썼다. 자제력 강한 뇌리에 무언갈 하고 싶은 욕구가 깃들면 한 번의 생각 이후로는 화선지 위로 먹을 엎듯 저지르는 편이었다. 충동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찾아와 기하급수적으로 남자를 휩쓸었다. 감정에 휩쓸려 불을 피웠고, 말을 나누고, 입을 맞췄다. 급할 때면 잇새로 내뱉는 언사를 다듬지 않기 일쑤였다. 어줍잖게 지키려 애쓰던 일말의 예의와 감정이 기저에서 휘몰아치고 시야를 어지럽혔다. 선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맞불을 놓지 않아야 했다. 남자에게 불을 붙이는 이들이 얼마 있지 않다는 게 그나마의 다행으로 남았다. 이는 곧 충忠, 맹목이었다.

 

불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불이 되어야 한다.

청년이 불이 되었다. 그리고 검을 잡는다.

  1. 입 안쪽에 상처라도 있는지 간혹 아파하는 모습을 보인다. 허나 그저 참을 뿐이다.

  2. 이제는 실제 목소리를 사용한다. 무감하고 다정하다. 끝이 울린다.

  3. 뜸들이듯 한 박자를 늘여 쉰 뒤에 대화를 이어나간다. 침묵엔 함의가 없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음이다.

  4. 사냥매의 이름도 바뀌었다. 하늬에서, 이제는 범이다.

  5. 양손의 화상을 들키지 않으려 한다. 항상 장갑을 착용한다.

  6. 불교 신도. 새벽 기도를 한다. 주색과 유흥을 멀리한다.

  7. 팔 년 차, 스무 살에 일반병으로 입궁하였다. 성격 탓에 믿음을 사나 여즉 귀염둥이 신입.

  8. 잘 때마다 악몽을 꾼다. 편히 잠을 청한 적이 드물다. 또한 얕게 잔다.

  9. 최근 기린에게 눈이 뽑혀 의안을 하고 다닌다. 이는 허주영랑에게 받은 것.

  10. 이화 서원의 밑에서 보수파의 일에 가담하고 있다. 뒷목에 자리한 이화 가의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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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 님 (@np5882) 이 작업하신 커미션 작업물입니다.

이화 서원과의 관계 참조.)

http://np5882free.tistory.com/28

휘호 탄(삭달 고도)_한마디.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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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화 서원]

"……저는 사냥된 몸. 운명을 받들어 당신께 귀속합니다."

우리는 세 번째의 우연, 곧 운명으로 마주한다.

지금껏 고도가 누려 오던 평온이 당신으로 인해 깨진다. 함께 삶을 보내던 일반인이 반란과 연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리고 그를 부수러 온 이가 당신임을 알아차렸을 때 고도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눈을 하였다.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낮에서 살아온 시간이 피어난 어둠 앞에서 무너져내린다. 그러니 그 패배를 받아들이며, 청년이 말하였다. 이 자만은 살려 주십시오.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그날 이화의 낙인이 고도의 몸에 새겨진다. 청년은 당신이 그에게 가하는 모든 것을 인내하여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발등에 입을 맞춘다.


 

  1. [서문 령]

"칠 년 동안 그대를 잊은 적 없습니다."

헤어진 이후 고도는 자신이 서문 령을 연모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제자리를 찾으려 노력하던 동안 서문 령, 그리고 그와의 약속을 잊은 적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칠 년이 흘러. 청년은 어느 날처럼 소년이 되어 월하미인 다발을 들고 찾아간다. 이후로 둘은 친우가 되어 교류하였다. 지금은 그 마음을 접었음을.


 

  1. [흑수각라 기린]

"우리는 그대로지. 그리고 나는 결국 피를 흘리는구나."

흑수각라에 후궁 칙서를 배달하러 온 대신을 호위하게 된 휘호 탄은, 이야기를 들은 순간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그는 가면 너머로 제 어릴 적, 은밀했던 추억을 떠올려낸다. 제가 될 수도 있었던 흑수각라의 하인들. 그 때문이었을까. 잠시간 임무를 잊고 기린에게 벌을 받는 하인을 도와주었던 건. 때를 놓치지 않고 들키어 제게 역정을 내는 기린을 앞에 두고서 청년이 생각한다. 어쩌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음이구나……. 하고.

그렇게 청년의 눈이 뽑힌다.


 

  1. [주 창]

"(연빈의 처소에서 뒤돌아 나와, 가만 제 눈가를 만져 보았다.)"

주 창쪽에서 고도를 일방적으로 알아본 관계. 꽤나 '불공평'한 관계다. 주 창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으나 삭인 줄을 모르며, 그가 자신을 신경써 주고 있는 상황 또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 고도는 휘호 탄으로서 연빈을 만난 적 있다. 저와 연빈의 머리와 눈 색이 같음을 알았고, 잠시 예전의 인연을 떠올렸으나 그뿐. 이전의 관계가 과거로만 침잠한다.

 

  1. [소섭 위비]

"위비시여, 당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 주십시오."

전부터 몸이 약했던 소섭 위비가 쓰러져 있을 때, 휘호 탄이 도와줬던 것이 둘 사이 만남의 시작. 소섭 위비가 휘호 탄을 은인으로 여기게 되어 자주 붙어다니기 시작했다. 그 관계가 유명해져서인지 휘호 탄은 소섭 위비의 호위 일에 자주 배치된다.


 

  1. [무명]

"그리웠습니다. 늘 자리를 비워 두었습니다, 형."

정신적 지주였던 무명이 죽었다고 생각한 이후로 고도는 삶의 지표를 잃는다. 이후 그는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국경 지대의 친구들을 찾는 일에 골몰하였다. 허나 관련 일에 연루되어, 친구를 찾기는커녕 눈을 다치게 된 어느 날. 거리를 떠돌던 그는 제게 친절하게 다가오는 한 의원을 만나게 된다. 그의 집에서 부상을 치료하느라 보낸 밤은 드물게도 악몽을 꾸지 않았었다. 그렇게 끝날 인연인 것 같았다.

그러나 둘은 입궁하여 다시금 마주한다. 자주 부상을 입는 병사인 그와 내의원의 무명은 잦은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둘은 서로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인연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 만난 당신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실이 있다면 전부 엉키도록 다가설 뿐이다.


 

  1. [나비]

"제게 여전하다 말씀해 주시는 사람은 나비뿐입니다."

어쩌면 청년은 그저 관객, 그 중에 하나. 구 년 차, 궁 안에서 나비의 공연을 보게 된 휘호 탄이 하게 된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비는 제게로 날아와 주었으므로. 휘호 탄이란 가면을 벗겨낸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나비는 언제고 다가와 청년의 안쪽을 들여다 본다. 많은 것을 숨기면서도, 모든 것을 내밀어 보였다는 기분에 사로잡히며, 둘은 과거 속에서 하던 공연을 이어나간다.


 

  1. [허 주영랑]

"아닙니다. 늘 치료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흑수각라 기린에게서 눈이 뽑혀진 그날, 휘호 탄은 피를 철철 흘리며 내의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허주영랑을 만났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기린을 탓하는 그 모습에 청년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후로 청년은 휘호 탄이라는 가면을 쓴 채 그의 주변을 기웃거리게 된다. 비록 가면 위지만, 우리는 꽤 친밀한 관계를 쌓게 되었다.


 

  1. [엽유]

"새로이 나아가자. 그러다 보면, 우리는……."

주색과 유흥을 멀리하는 고도는 유곽에 드나들 일이 없었다. 허나 아는 이를 만나려 처음으로 발을 들였던 날, 청년은 오래 전에 죽었다고 생각하였던 제 혈육과 맞이하게 된다. 놀람과 기쁨, 애석함이 뒤엉켜 제 주변을 보지 못하였으므로 엽유의 호위에게 당했던 건 당연한 처사였다. 허나 고도를 알아본 엽유가 더 이상의 손속을 막았고, 큰 부상을 입고 쓰러진 그를 유곽에서 치료 받도록 해 주었다. 짧다면 짧은 삼 일 간, 둘은 만남을 가졌다.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서신을 주고받고, 가끔 가다 유곽에서도 만나게 된다.

사실 엽유는 고도의 가족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둘이 유곽에서 함께한 마지막 날에 깨닫게 된다.


 

  1. [사마 후]

"……그저 받들겠습니다."

구 년 동안 서로의 생사를 마주하지 못했던 둘은 가면을 쓴 채로 극에 오른다. 265 년에 당신에 대한 소문을 귀로 접하였으니 이 가면은 그 적부터 달궈져 있었음이라. 둘은 서로를 알아보면서, 동시에 알아보지 못하는 척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제3총사의 즉위식 육 개월 전, 국경에서 일어난 작은 소란. 둘은 거기서 가면 위로 친분을 쌓을 기회를 얻게 된다. 휘호 탄은 휘하 병사로서, 그를 지키려 제 몸을 던졌다. 부상을 입고 쓰러지듯 잠들어, 새벽녘에야 눈을 떴을 때에는 그가 남기고 간 단도만이 오롯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러니 무얼 할 수 있었겠는가. 그저 단도를 품에 안은 채 그를 그리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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